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2013.02.02 11:30

없던 행복마저 깨부순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의 철거 계고장.

난쟁이 아버지의 가족들이 기어코 살아온 땅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아파트에서 살 입주권은 주어지지만 형편이 안 돼 사실상 유명무실.

분양 아파트는 58만 원, 임대 아파트는 30만 원, 또 15만 원의 보조금.

행복동 주민은 하나, 둘 입주권을 불법으로 팔아넘기기 시작한다.


욕망만 떠도는 땅을 떠나 달나라로 가야 한다는 지섭의 주장 덕분에

난쟁이 아버지는 달나라에 가겠다는 둥 꿈속에서 헤매게 되었다.

덕분에 두 형제가 아버지 대신 공장에 나가 일을 하게 되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절대 공장에는 가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것이 있다.

어릴 적에 큰아들 영수가 친구 명희와 한 약속이다. 지키진 못했지만.


일의 양은 불어나고, 작업시간은 늘어나고, 쥐여주는 것은 희망뿐이다.

공원들이 원하는 건 희망이 아닌 무말랭이 반찬이 올라온 식탁이지만.

마치 반비례라도 되는 양 공장의 규모는 반대로 더욱 불어나기만 한다.

공장에 새로운 기계가 들어오지만, 공원들에 대한 대우는 더욱 줄어든다.


두 형제가 사장과 협상을 하려던 계획이 회의실까지 미리 샌 모양이다.

덕분에 협상은커녕 일거리를 잃게 된 것이다. 회의 끝의 결정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아파트 입주권은 처음보다 훨씬 더 뛰어오르게 되었다.

결국, 난쟁이 가족은 25만 원에 사겠다는 승용차를 탄 사나이에게 팔았다.

난쟁이 가족이 직접 벽돌을 나르며 지었던 애착이 담긴 소중한 집이다.

그리고 철거 기한을 넘겨버린 무허가 집이기도 하다. 결국, 철거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와 여동생 영희가 사라졌다. 두 형제도 결국 못 찾았다.

영희는 기어코 입주권을 거래했던 그 승용차를 탄 사나이를 쫓은 것이었다.

결국, 영희는 사나이의 집에서 호화스러운 음식을 먹으며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영희는 그 투기업자를 마취시키고 입주권과 돈을 훔쳐 달아난다.

급하게 행복동 동사무소로 돌아와 아파트 입주 신청을 마치고 수소문하여

가족이 이사 갔다는 곳을 찾아갔지만, 아버지가 이미 자살하셨다는 것이다.


달을 향하여 까만 쇠공을 던지고서는 벽돌공장 굴뚝에 뛰어내렸다고 한다.

물론 영희와 형제의 분노의 대상은 여지없이 사회를 향하여 쏟아졌다.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여 버려.”



“어떤 놈이든 집을 헐러 오는 놈은 그냥 놔두지 않을 테야.”

영호가 말했다.

“그만둬.”

내가 말했다.

“그들 옆엔 법이 있다.”

 

철거 계고장을 받아든 두 형제의 대화이다. 주객전도 아닌가?

난쟁이, 즉 약자를 보호해 주기 위한 장치는 일단 아니다.

법을 모르는 사람은 법이 지정해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법을 모르는 사람이 바로 약자가 아닌가? 그러므로 아니다.

정리하자면 “교육받은 자” 만을 보호하는 장치가 법이다.


“아버지는 악당도 못 돼. 악당은 돈이나 많지.”

 

첫째아들인 영수가 무능력한 아버지를 조롱하는 푸념이다.

악당은 돈이 많다고 했지만 뒤집어보면 돈 많으면 악당이라는 소리도 된다.

즉, 부유를 자손 대대로 물려받는 현대사회의 권력층을 지칭한 것 같다.

악당을 죽여 버리라는 영희의 대사도 어쩌면 이런 뜻이 아니었을까 싶다.

‘약자를 무시하는 권력층에게는 절대 굴복하지 말자’


행복동의 주민은 정치인들의 거짓공약에 너무 많이 속아왔다.

그 권력층과 이런 사회에 대한 영희의 분노는 당연한 일이다.


난쟁이 아버지가 쏘아 올린 조그마한 쇠공은 얼마 지나지 않아 떨어질 것이다.

중력을 벗어나 달을 향한다는 것이 정말 그렇게 쉬운 일일까? 절대 아니다.

돌이켜보면, 나 또한 난쟁이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주지 못했던 것 같다.

어쩌다 한번 기부단체가 만든 영상을 본 것 말고는 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법에게 보호받는 대신 삶의 터전을 빼앗긴 난쟁이의 목소리는 들어주었던가?

소설로서 읽게 되는 것 말고는 관심도 없었으며 전혀 다른 세계의 일이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공 하나 날리고 난쟁이는 결국 벽돌공장에서 자살했다.

만일 우리가 난쟁이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 주었다면 난쟁이가 자살했을까?

사람들의 관심이 잠시라도 그곳에 쏠렸다면 이런 억울한 일이 발생했을까?


난쟁이의 난쟁이로서의 억울함과 상처는 정치인들만의 잘못이 아니다.

아랫물이 탁한 것을 하나의 윗물에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한 줄기의 아랫물은 여러 줄기의 윗물이 모여 형성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결과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담겨있기 마련이다.

우리의 잘못도 있다. 난쟁이를 존중하지 않은 잘못, 무시한 잘못.

다른 곳에 책임을 돌리기 전에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난쟁이를 존중하는 것. 이것이 난쟁이가 바라던 달나라가 아닐까?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저자
조세희 지음
출판사
이성과 힘 펴냄 | 2000-10-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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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적에 읽었던 책, 책장 한구석 지금의 가로가 아닌 세로로 된 책이 있을텐데.
    오랫만에 보네요.
    고전으로 오래 남았으면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 Favicon of http://garambit.dam.so BlogIcon 가람빛 | 2013.07.16 02:59 신고 | PERMALINK | EDIT/DEL

      덧글 감사합니다^^ 난쏘공이 1976년에 발표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벌서 40년 가까이 되었네요..

  • Favicon of https://160cmkorea.tistory.com BlogIcon 달방울 | 2013.07.15 08:58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읽으셨던 책들을 보니 가람빛님이 어떤 분이실지 가늠이 될 것 같아요. 책의 취향은 이래서 흥미로워요. 난쏘공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네요 중딩 때, 고딩 때, 대학생 때, 그리고 지금 살짝 볼 때 전부요-

    • Favicon of http://garambit.dam.so BlogIcon 가람빛 | 2013.07.16 03:13 신고 | PERMALINK | EDIT/DEL

      조세희 작가님은 1970년대에 표현의 자유가 많이 제한되서 작품을 이해하기 어렵게 작품을 구조하셨다고 하시더군요. 시점도 다양하고 예고도 없이 과거, 현재를 오가면서 진행되었으니 이해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번에 다시 읽어보면 뭔가 새롭게 느껴지거나 이해되는게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나중에 시간나면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 BlogIcon 박상현 | 2014.12.08 00:5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늘 ebs에서 영화로 본 후 난쟁이의 의미가 무언가 생각하다가 서민.. 을뜻하는것은 알았는데
    교육받지 못한 서민이군요..
    배우고갑니다.

  • 홍길동 | 2015.03.25 22:3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영희가 자기집 입주권을 사간 남자를 따라가서 섹스를 하고 돈을받앗다. 그러하다 그녀는 창녀엿다

    • Favicon of http://garambit.dam.so BlogIcon 가람빛 | 2015.03.25 23:41 신고 | PERMALINK | EDIT/DEL

      입주권을 대규모로 사재기한 투기업자가 곧장 입주권을 돌려달라며 뒤따라온 영희를 가족들에개 통보도 없이 그대로 데려가서는 수면제를 먹였지요.

      '그만둬. 그들 옆엔 법이 있다.' 글쎄요, 영희가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입장이었는지 함께 염두에 두어야 하는 뮨제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에는 입주권을 찾아내 도망치는 영희가, 난쟁이가 아닌 이에게 자의로 굴복하기 위해 따라간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아요.

  • | 2016.08.29 23:0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도 이 책을 읽고 많은 것들을 느꼈어요.
    아직 중학생이지만 이 시대때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가람빛님의 글을 읽고 다시한번 이 사회와 그리고 다른 것 등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네요
    좋은 글 너무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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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소협주곡, 호적풍류(경기태평소) :: 2012.12.29 00:00

요즈음 호적풍류라는 곡을 즐겨듣고 있다. 어느 작곡가에 의해 창작된 곡인 줄 알았는데 알아보니 사물놀이풍물에 곁들여지는 태평소 시나위 가락이라고 한다. 이를 기악 반주에 맞추어 메기고 받는 방식으로 재편곡한 것이 태평소 협주곡인 호적풍류다.

 

사진출처 : http://user.chollian.net/~hbj1001/taepyung.htm

호적풍류(胡笛風流) 라는 이름은 무슨 뜻일까? 호적(胡笛)은 악기 태평소의 또 다른 이름이며 풍류(風流)는 멋스럽고 풍치 있는 일을 뜻한다. 즉, 호적풍류는 "태평소의 풍치"라고 해석된다.

 

경기태평소(京畿太平簫)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호적풍류가 경기도 지방의 태평소의 가락을 바탕으로 편곡했기에 그렇게 불리는 것이다. 최경만 작곡가에 의해 작곡되었다고 한다. 경기민요(京畿民謠)는 대체로 밝고 경쾌하며 그런 까닭에 호적풍류도 이러한 특징을 지닌다.

http://blog.daum.net/ds5ovg/18312736

http://cafe.daum.net/hanbatnallary/GeeG/42

http://user.chollian.net/~hbj1001/taepyung.htm

  • Favicon of https://appida.tistory.com BlogIcon 벙커쟁이 | 2013.12.27 11:48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국악을 즐겨 들으시는 군요. 저도 한때는 국악에 빠져서 대금소리, 해금소리, 가야금 소리를 맨날 귀에 달고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러질 못하고 있네요.
    덕분에 다시 국악을 듣게 되어서 참 좋습니다.^^

    • Favicon of http://garambit.dam.so BlogIcon 가람빛 | 2013.12.28 01:31 신고 | PERMALINK | EDIT/DEL

      그러셨군요... ㅎㅎ 저도 유투브에서 창작국악, 민요, 정악들을 자주 들어보곤 했었는데 지금은 예전만큼 듣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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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 초대장 배포합니다 (2차) - 마감 :: 2012.12.23 00:00


photo credit: Sarah Parr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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