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에 해당되는 글 4건

노새 두 마리에게, 그 골목은 몹시도 가팔랐다 :: 2013.08.20 22:00

1970년대 서울의 어느 신흥 마을에 노새를 생계 수단으로 연탄 배달을 하는 한 가족이 있었다. 그곳은 골목 하나를 경계로 원래의 판잣집으로 이루어진 구동네와 문화주택이라며 2층짜리 슬래브 집들로 새로 지어진 새 동네로 나누어져 있다. 그 가족의 집은 구동네의 어딘가에 있다.

아버지는 노새에게 마차를 끌게 하고 그 마차에 공장에서 배달하라는 만큼 연탄을 싣고 배달하러 다니곤 했는데 주인공인 ‘나’ 또한 아버지가 배달을 나갈 때마다 졸졸 따라다니곤 했다.

어느 겨울날 여느 때처럼 연탄 400장을 마차에 싣고는 새 동네로 배달하는데 다른 때 같으면 힘 안 들이고 단번에 올라설 만한 고개인데도 그날따라 중턱에서 걸리더니 그 이상 오르질 못했다. 바닥에는 살얼음이 한 겹 살짝 깔려있어서 마차 뒤를 미는 ‘나’도 오히려 미끄러져 나갔으며 노새 역시 살얼음에 발자국만 애써 긁어놓을 뿐 도저히 오르지를 못했다. 사람들이 몇 명 지나갔지만 모두 쳐다보기만 할 뿐 도와주지는 않았다.

결국, 노새가 지친 탓에 연탄 더미는 무너지고 흘러내리는 마차에 질질 끌려가며 허우적대던 노새는 벌떡 일어나더니 순간적으로 도망쳐버렸다. 아버지와 ‘나’는 노새를 찾아 나섰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그저 꿈속에서 노새가 시장을 휘젓고 난장판으로 만들고선 고속도로를 따라 달려나간 노새를 봤을 뿐이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다시 찾아 나섰지만, 그저 목적지 없이 떠도는 것에 불과했다. 마치 길 잃은 나그네처럼.

정처 없이 떠돌다가 결국 도착한 동물원에서 얼룩말을 보고서는 아버지의 얼굴이 노새와 닮았다고 생각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노새가 매번 무거운 연탄 마차를 짊어지고서는 가파른 골목을 오르듯이, 연탄 가루가 온몸에 앉아 속살까지 파고들었듯이 아버지도 고단하기는 마찬가지였으니까.

늦은 밤에 동물원을 나온 부자는 집을 향해 가던 중 대폿집에 들어가더니만 아버지는 ‘나’에게 안주를 밀어놓고 술만 거푸 마셔댔다. 그러더니 아버지는

“이제부터 내가 노새다. 이제부터 내가 노새가 되어야지 별수 있니? 그놈이 도망쳤으니까. 이제 내가 노새가 되는 거지.”

 

하고서는 노새처럼 히힝 웃어댔다. ‘나’도 같이 웃었다. 즐겁게 집을 향해서 걸어오던 부자의 즐거운 생각은 집에 당도했을 때 무참히 깨어지고 말았다. 노새가 사람을 다치게 하고 가게 물건들을 박살 내는 바람에 순경들이 집에 찾아와 아버지를 잡아가야 한다고 이르고 갔다는 것이다. 술이 깬 아버지는 한동안 멀뚱멀뚱 서 있다가 아무 말 없이 쓰적쓰적 어두운 골목길을 나섰다. '나’는 집을 나가는 또 한 마리의 노새를 보는 듯한 느낌을 느꼈다. 그러고선 어차피 노새에게는 비행기가 붕붕거리고, 헬리콥터가 앵앵거리고, 자동차가 빵빵거리고, 자전거가 쌩쌩거리는 도시에서는 발붙이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또 한 마리의 노새를 찾아 캄캄한 골목길을 향해 마구 뛰었다.

가파른 골목길을 오르던 노새가 힘겨워할 때 그들은 무관심했다. 누구 하나 부자를 돕겠다고 마차를 밀어주지 않았으며 그저 구경거리로만 여겼었다. 마차를 벗고 도망친 노새를 부자가 쫓을 때도 그들은 여전히 무관심했다. 누구 하나 노새가 도망친 방향을 일러주지 않았으며 그저 구경만 했었다. 만약에 그들 중 한 명이라도 와서 마차의 뒤를 밀어줬다면 과연 어땠을까? 노새를 뒤쫓는 부자를 보고 노새가 도망친 방향을 일러줬으면 어땠을까? 그랬어도 노새가 그들의 가게 물건들을 박살 내고 그들을 다치게 했을까? 이 작품에서는 구동네와 새 동네의 주민들 간의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 자주 묘사되는 것 같다. 구동네 아이들이 새 동네까지 와서 놀더라도 구동네 아이들과 새 동네 아이들은 끼리끼리 무리지어 놀 뿐이었으며 가파른 고개를 오를 때에도, 노새 두 마리가 그 가파른 고개로 인해서 곤란한 듯한 모습을 보일 때에도 그들은 그저 무관심으로 일괄했으며 가파른 고개를 빠져나와 도망치는 노새를 보고도 별꼴이라며 단순한 구경거리로만 압축시켰다. 한 가족의 내일이 걸린 문제인데 말이다.

비행기가 붕붕거리고, 헬리콥터가 앵앵거리고, 자동차가 빵빵거리고, 자전거가 쌩쌩거리고, 도시가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노새에게는 그저 적응하기 벅찬 가파른 골목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새 동네의 사람들에게 노새는 그저 구경거리로만 여겨질 뿐이다. 노새는 지금 당장이라도 짊어진 마차의 고단한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지도 모른다. 그럴 때 새 동네 사람들이 자빠지면 자빠지고 아니면 아닌 구경거리가 아닌 한 가족의 가장으로 여기며 관심을 가지고 마차를 밀어준다면 그 가파른 골목길이 조금이라도 더 완만해지진 않을까. 그 고단한 무게의 연탄 마차가 조금이라도 더 가벼워지진 않을까.

NIKON CORPORATION | NIKON D6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400sec | F/4.5 | 0.00 EV | 20.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2:10:01 15:50:28

노새에게도, 과연, 아름다운 골목이었을까? 또는, 오를 수 있는 골목이었을까?

그 골목은 몹시도 가팔랐다. 노새가 연탄 마차를 홀로 짊어지기에는.


중학 교과서 소설 1

저자
김혜니, 김학선, 김인봉, 호승희, 김은자 지음
출판사
타임기획 | 2013-01-02 출간
카테고리
중/고학습
책소개
중학교 국어 교과서가 새롭게 단장되었습니다. “2013학년도부터...
가격비교

 

사진 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zanthia/8070354978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2013.02.02 11:30

없던 행복마저 깨부순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의 철거 계고장.

난쟁이 아버지의 가족들이 기어코 살아온 땅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아파트에서 살 입주권은 주어지지만 형편이 안 돼 사실상 유명무실.

분양 아파트는 58만 원, 임대 아파트는 30만 원, 또 15만 원의 보조금.

행복동 주민은 하나, 둘 입주권을 불법으로 팔아넘기기 시작한다.


욕망만 떠도는 땅을 떠나 달나라로 가야 한다는 지섭의 주장 덕분에

난쟁이 아버지는 달나라에 가겠다는 둥 꿈속에서 헤매게 되었다.

덕분에 두 형제가 아버지 대신 공장에 나가 일을 하게 되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절대 공장에는 가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것이 있다.

어릴 적에 큰아들 영수가 친구 명희와 한 약속이다. 지키진 못했지만.


일의 양은 불어나고, 작업시간은 늘어나고, 쥐여주는 것은 희망뿐이다.

공원들이 원하는 건 희망이 아닌 무말랭이 반찬이 올라온 식탁이지만.

마치 반비례라도 되는 양 공장의 규모는 반대로 더욱 불어나기만 한다.

공장에 새로운 기계가 들어오지만, 공원들에 대한 대우는 더욱 줄어든다.


두 형제가 사장과 협상을 하려던 계획이 회의실까지 미리 샌 모양이다.

덕분에 협상은커녕 일거리를 잃게 된 것이다. 회의 끝의 결정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아파트 입주권은 처음보다 훨씬 더 뛰어오르게 되었다.

결국, 난쟁이 가족은 25만 원에 사겠다는 승용차를 탄 사나이에게 팔았다.

난쟁이 가족이 직접 벽돌을 나르며 지었던 애착이 담긴 소중한 집이다.

그리고 철거 기한을 넘겨버린 무허가 집이기도 하다. 결국, 철거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와 여동생 영희가 사라졌다. 두 형제도 결국 못 찾았다.

영희는 기어코 입주권을 거래했던 그 승용차를 탄 사나이를 쫓은 것이었다.

결국, 영희는 사나이의 집에서 호화스러운 음식을 먹으며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영희는 그 투기업자를 마취시키고 입주권과 돈을 훔쳐 달아난다.

급하게 행복동 동사무소로 돌아와 아파트 입주 신청을 마치고 수소문하여

가족이 이사 갔다는 곳을 찾아갔지만, 아버지가 이미 자살하셨다는 것이다.


달을 향하여 까만 쇠공을 던지고서는 벽돌공장 굴뚝에 뛰어내렸다고 한다.

물론 영희와 형제의 분노의 대상은 여지없이 사회를 향하여 쏟아졌다.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여 버려.”



“어떤 놈이든 집을 헐러 오는 놈은 그냥 놔두지 않을 테야.”

영호가 말했다.

“그만둬.”

내가 말했다.

“그들 옆엔 법이 있다.”

 

철거 계고장을 받아든 두 형제의 대화이다. 주객전도 아닌가?

난쟁이, 즉 약자를 보호해 주기 위한 장치는 일단 아니다.

법을 모르는 사람은 법이 지정해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법을 모르는 사람이 바로 약자가 아닌가? 그러므로 아니다.

정리하자면 “교육받은 자” 만을 보호하는 장치가 법이다.


“아버지는 악당도 못 돼. 악당은 돈이나 많지.”

 

첫째아들인 영수가 무능력한 아버지를 조롱하는 푸념이다.

악당은 돈이 많다고 했지만 뒤집어보면 돈 많으면 악당이라는 소리도 된다.

즉, 부유를 자손 대대로 물려받는 현대사회의 권력층을 지칭한 것 같다.

악당을 죽여 버리라는 영희의 대사도 어쩌면 이런 뜻이 아니었을까 싶다.

‘약자를 무시하는 권력층에게는 절대 굴복하지 말자’


행복동의 주민은 정치인들의 거짓공약에 너무 많이 속아왔다.

그 권력층과 이런 사회에 대한 영희의 분노는 당연한 일이다.


난쟁이 아버지가 쏘아 올린 조그마한 쇠공은 얼마 지나지 않아 떨어질 것이다.

중력을 벗어나 달을 향한다는 것이 정말 그렇게 쉬운 일일까? 절대 아니다.

돌이켜보면, 나 또한 난쟁이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주지 못했던 것 같다.

어쩌다 한번 기부단체가 만든 영상을 본 것 말고는 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법에게 보호받는 대신 삶의 터전을 빼앗긴 난쟁이의 목소리는 들어주었던가?

소설로서 읽게 되는 것 말고는 관심도 없었으며 전혀 다른 세계의 일이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공 하나 날리고 난쟁이는 결국 벽돌공장에서 자살했다.

만일 우리가 난쟁이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 주었다면 난쟁이가 자살했을까?

사람들의 관심이 잠시라도 그곳에 쏠렸다면 이런 억울한 일이 발생했을까?


난쟁이의 난쟁이로서의 억울함과 상처는 정치인들만의 잘못이 아니다.

아랫물이 탁한 것을 하나의 윗물에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한 줄기의 아랫물은 여러 줄기의 윗물이 모여 형성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결과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담겨있기 마련이다.

우리의 잘못도 있다. 난쟁이를 존중하지 않은 잘못, 무시한 잘못.

다른 곳에 책임을 돌리기 전에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난쟁이를 존중하는 것. 이것이 난쟁이가 바라던 달나라가 아닐까?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저자
조세희 지음
출판사
이성과 힘 펴냄 | 2000-10-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
가격비교

 


이범선의 '오발탄' :: 2012.08.14 00:00

양심이 우선일까, 부가 우선일까?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달린 문제다.


소설속의 동생은 늘 양심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자신의 형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세상에는 이런 계층의 사람들이 있다고 봅니다.
즉 돈을 모으기 위해서 만으로 필요 이상의 돈을
버는 사람과, 필요하니까 그 필요한 만큼의 돈을
버는 사람과, 또 하나는 이건 꼭 필요한 돈도 채
못 벌고서 그 대신 생활을 졸이는 사람들, 신발에다
발을 맞추는 격으로, 형님은 아마 그 맨 끝의 층에
속하겠지요.

 

틀린말은 아닐 것이다.
만족을 잊은 채 잉여수익을 찍어내는 계층과
자신이 필요한 만큼은 충분히 벌 수 있는 계층.
혹은 그나마도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계층.
소설속의 형은 가장 후자쪽에 속할 것이다.
정직한 수익을 추구하는 그러한 인물이다.

'양심과 부' 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 위인을
찾는것이 세월이 갈수록 불가능에 가까워지고 있다.
사실 모래밭의 소금을 찾는 꼴이다.

누군가는 속임수로 자신의 부를 더욱 축적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그들을 위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한 현실이다.

사회가 점점 오발탄과 같이 흘러가고 있다.
총알을 엉뚱한 방향으로 쏘아버린 것이다.
자신의 부를 쫓아 그 방향으로만 무작정
달려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신이 원래 쏘아야 할 목표도 잊고선
엉뚱한 곳을 향하여 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소설 ‘오발탄’의 주인공인 형, 철호는
판자촌 생활에 좋지 못한 환경에 놓이고서도
끝까지 양심에 옳은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현실이 그렇다는 핑계속, 세월이 흐를수록
점차 양심을 잊어가는 것은 혹여 아닐까?

 


오발탄

저자
이범선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07-07-1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한국문학전집_32. [오발탄] 이범선 단편선 김외곤(서원대) 책...
가격비교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 2012.08.13 00:00

애써 만든 생산품들을 자신들의 몫도 남겨주지 않고 팔아먹는 농장주인 존스에 불만을 품던 동물들이 급기야 반란을 일으켜 존스를 쫓아내고 모두가 평등하다는 원칙으로 꾸려나간 농장. 그들의 농장은 나날이 번창한다.

농장에 큰 공을 세워 지도자가 된 나폴레옹과 스노볼. 하지만 그 둘은 늘상 의견충돌이 지나치게 잦았다. 나폴레옹의 눈에 스노볼이 미웠는지, 무력으로 내쫓고 결국 혼자서 지도자의 자리에 군림했다. 독재자로서.

구관이 명관이라던가, 동물들에게 노동을 시키며 농장의 규칙을 좋을대로 뜯어고치고 오히려 존스의 시절보다도 힘겨운 나날을 지내게 되어버린 것이다.

나폴레옹 정권은 적으로 규정했던 인간들과 친하게 지내며 자신들이 인간이라도 되는 듯 두 발로 걷기 시작했다.

인간들과 함께 카드놀이를 하는 나폴레옹. 그러나 동물들은 그들의 차이점을 결국 찾아내지 못했다.

나폴레옹이 처음부터 독재자가 될 마음으로 공을 세웠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농장을 되찾으러 온 존스의 일당들을 가장 열심히 맞선 동물중 하나가 바로 나폴레옹 이었다. 그저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반란을 일으켜 폭군을 쫓아내고 모두가 공평한 농장을 꿈꾸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맛본 권력의 오묘한 매력이란 쉽사리 거절할 고작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게 변질되어 버렸다. 그렇게 경멸하던 존스와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해 아래 새것 없다고, 역사는 예외없이 반복되어왔다. 북한은 옳지 못한 결과라고 초기의 의도마저 그러할까? 박정희 대통령은 처음부터 독재를 꿈꾸며 시작했을까? 의도가 좋았다 하더라도 쥐어본 권력에 열에 아홉은 모두 타락했으며 이러한 쳇바퀴인 것은 아닐까.

 


동물농장

저자
조지 오웰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9-01-0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오웬의 [동물농장]이 영국에서 출판된 것은 일본의 항복으로 세계...
가격비교

 

ps. 세계사 및 민주주의의 역사적 관점에서 나폴레옹에 대해 배운 이후에 소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니 의미가 깊다. 배경지식이 만무한 어릴적에 작성한 독후감이라 되려 읽는 재미가 있다. - 3년 후의 필자가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