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배경이 되는 ‘동막골’은 어린 아이들처럼 막 살라는 의미로 붙여졌다고 한다. 어떠한 이념과 대립도 없는 아이들처럼 사는 마을 사람들이라, 남북이 전쟁을 벌이는 동안에도 오순도순 웃으며 지냈다. 그래서가 아닐까, 동막골에 발을 디딘 국군과 인민군이 결국에는 우연히 만난 어린 아이들 마냥 허물없이 어우러질 수 있었던 것은.


 동막골에서 우연히 만난 국군과 인민군들은 서로 총을 겨누고, 수류탄을 쳐들며 대립한다. 하지만 날을 새고, 수류탄에 마을의 옥수수 창고가 터지면서 한바탕 대치가 끝난 군인들은 한 방에 뒤섞여 곯아떨어진다. 국군인 표현철은 여전히 인민군들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았으나, 마을 사람들이 두 무리를 구분 짓지 않고, 북쪽 마을, 남쪽 마을에서 들른 아이들처럼 여기면서 모두가 함께 수확을 하며, 비어버린 마을 창고를 함께 채워나가면서 끝내는 이념이 다른 적군이 아닌, 사람으로 만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결코 넘나들 수 없을 것 같던 이념의 벽이, 아픈 기억과적대심의 벽이, 이곳 동막골에서는 허물어진 것이다. 결국에는 같은 사람이기에, 동막골 사람들처럼 동화된 것이다.



 마을의 옥수수 창고를 군인들이 터뜨린 탓에, 마을에는 손님을 대접할 음식조차도 부족해지게 되었다, 다행히도 수확 철이었고, 군인들이 일손을 거든다. 모두가 도란도란 돕고 땀 흘린 끝에 결국에는 마을 창고를 가득 채웠다. 외부인들인 군인들이 보기에 터무니없을 정도로 자그마한 창고였다. 그런데도 동막골 사람들은 창고를 채운 것을 기뻐하며 그들과 더불어 잔치를 벌였다.


 문상상은 창가를 부르고, 이런저런 타악기들이 신명나게 울린다. 여일은 춤을 추고, 아이들은 막 뛰어다닌다. 연합군 스미스는 카메라를 들은 채 하나하나 담아낸다. 지친 노모를 업어 부축한 스미스가 집으로 모신다. 한밤중에, 밝은 웃음소리가 고개를 넘는다.


"저들 좀 봐요. 참 행복해 보여요. 저렇게 살아야 하는데."


 냉전 시대였다. 한반도 전체가 공산주의 진영으로 넘어가게 되면, 민주주의 진영의 최전선은 섬나라이자 패망국인 일본이 된다.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러한 계산속에서 인천에 상륙한 연합군 소속의 스미스. 그가 바라본 동막골은 그런 곳이었다. 어떠한 손익이나 이념도 따지지 않고 그저 손님이니까, 민폐를 끼치더라도 부족한 식량을 모아 대접하고, 함께 새참을 먹고, 함께 어울려 노래하고, 마신다. 대립이 없는 신비한 마을, 욕심 없이 소박한 신비한 마을. 이념의 대립이 없는 작가의 이상향, 우리의 소원.



 6.25 전쟁은 남북 간의 정치적인 이념이 서로 달라 분단된 상황 속에서 무력으로 통일을 이루겠다는 결심을 한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되었다. 그 과정 속에서 수많은 민간인들이 피난을 가는 도중에 죽고, 민간인들의 마을이 연합군 내지 인민군의 엉뚱한 폭격으로 사라졌다. 전쟁의 최전선에서 맞서 싸운 양 측의 군인들은 어련할까. 수많은 생명을 잃었다. 얼마 되지도 않는 병원과 학교가 무너졌다. 문화재가 망가지고, 역사에 뾰족한 파편이 박힌다. 그 파편은 오늘날까지도 아픈 상처를 긋는다. 그리고 통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무력은 큰 힘이다. 무력을 함부로 휘두른다면, 그에 상응하는 큰 책임을 짊어져야만 한다. 그리고 그 책임은, 대개 생명으로 치러져왔다. 그리고 이는 아픈 역사를 기억되어, 오늘날까지 마음 깊이 대못을 박는다. 천부적인 생명의 가치를 무슨 수로 매길 수 있을까. 그 모든 이념과 사상보다도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 서로 다른 이념을 지닌 국군과 인민군이 연합하여 지키고자 했던 것이, 작가가 그리고자 했던 것이, 바로 그것이 아니던가.


 남이 보기에 너무나도 소박한 마을 창고를 채운 마을 사람들은 잔치를 벌였다. 진심으로 행복해했다. 때로는 열심히 이루어낸 것들이 하루아침에 ‘펑’ 하고 사라지기도 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동막골의 사람들은 멱살을 부여잡고 엉엉 울다 주저앉지 않았다. 대신, 자신들과 다른 그들을 포용하고, 용서하고, 함께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이루어냈다. 이것이야말로 동막골이 대립 없이 지낼 수 있었던 비결이고, 갈등이 해소되고 관계가 회복될 수 있었던 원인이고, 진정한 행복의 씨앗이 아닐까?



웰컴 투 동막골 (2005)

Welcome To Dongmakgol 
9.3
감독
박광현
출연
정재영, 신하균, 강혜정, 임하룡, 서재경
정보
코미디, 전쟁, 드라마 | 한국 | 133 분 | 2005-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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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1. 영화가 아름답고 이상적인 방향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그 방향이 현실과는 괴리감이 느껴져서 더욱 안타깝다. 사람의 생명이 이념보다도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작은 마을이 아닌 하나의 국가가 과연 어떠한 이념이나 사상 없이 운영될 수 있을까? 또한 마을 사람들이 창고를 터뜨린 군인들을 품을 수 있었던 것은 적어도 인명 피해는 입히지 않은 까닭도 있다. 우리들은 너무 멀리 온 것이 아닐까. 이 의문은 글을 발행하고도 풀리지 않았다. 영화가 제시한 또다른 의문. 그리고 언젠가는 풀어내야 할 숙제. 이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ps2. 같이 읽기 : 2015/07/03 - [Jurnal] - 호국보훈의 달 기념 통일글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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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캄시 2015.06.05 08:46 신고

    오랜만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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